묻지마 해외 유학의 비애
 

살다 보면 억울한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지만 , 노력은 했는데 원하는 결과는 커녕 전혀 반대의 결과를 맞이하는 것처럼 복장 터지는 일도 없다 . 물론 일의 전후 결과를 따져 보면 “ 노력은 다 했다 ” 는 것이 사실이 아닌 경우가 더 많다 . 최선을 다 했음에도 불구하고 오해를 사는 일이란 사실은 거의 없는 것이 세상사는 겸손한 이치인 탓이다 . 결국 최선을 다하지 않았기 때문에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을 뿐인데 , 사실을 사실대로 받아 들이고 ‘ 내 탓 ' 이란 깨달음을 얻기까지는 마음 다스려 화병 피하기 쉽지 않다 .

20 여만명이 해외 유학 중이라는 시대다 . 이를 우리 교육의 우울한 자화상이라고 하는 시각도 있지만 배우고 오겠다는 사람이 많은 것을 굳이 그렇게 비관적으로 바라 볼 필요까지는 없지 않나 싶다 . 그러나 그 유학 목적이 좀 더 쉽게 취업하기 위해서 , 혹은 더 좋은 직장으로 가기 위해서라고 하면 자세를 고쳐 잡고 얘기해야 한다 . 충분히 우울할 수 있는 얘기이기 때문에 .

상품에 비교해 보면 유학이란 국내에서는 구매가 어렵거나 혹은 살 수는 있지만 해외에서 수입하는 것이 훨씬 나은 지식 상품을 구매하는 쇼핑 행위에 속한다 . 경력 개발만 아니라면 이 쇼핑 행위가 문제를 일으킬 소지는 거의 없다 . 물론 국내 구매가 어려우므로 해외 구매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이 사실이어야 하지만 , 설혹 그렇지 않아 괜히 고생만 했다는 생각이 들더라도 배운 것이 무용지물이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.

문제는 유학이라는 해외 지식쇼핑을 국내시장 재판매를 전제로 했을 때 일어난다 . 어느 상품이든 마찬가지지만 유학을 통해 얻은 지식도 제대로 상품성을 발휘하려면 그것이 시장에서 원해 마지 않던 것이어야 한다 . 내가 그냥 쓸 물건이라면 나 좋아서 그냥 사 쓰면 그만이지만 , 판매를 전제로 하는 것이라면 다른 사람 수요에 맞춰야 하는 것이다 . 일껏 수입해 왔는데 “ 이 물건을 왜 수입했다지 ?” 해 버리면 비용은 고스란히 수입업자가 떠 안을 수 밖에 없다 .

시장이 원하던 것이라고 해도 유통 라인을 모르면 문제다 . 실제 살 사람에게 제품을 보여 주지도 못할테고 , 물건은 그냥 창고에서 썩는다 . 수입상의 신뢰성도 고려 요인이다 . 평소 양치기 소년처럼 행동했다면 아무리 좋은 물건이라고 해 봐야 잘 믿어 주는 사람은 없다 .

국내 그룹사 소속 대형 보험회사에 다니다가 최근 미국에서 재무 관련 MBA 를 받고 돌아온 K 씨의 사례를 보자 . 그는 고생 끝에 드디어 강력한 경력전환 무기를 마련했다고 자신했지만 , 그것이 근거 약한 기대라는 점을 알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. MBA 는 좋지만 이전 경력이 재무가 아니므로 곤란하다는 것 , 그것이 그가 얻은 답이었다 .

사람들은 비장하게 유학을 결심한다 . 직장 생활 2-3 년 , 정신 없이 지낸 시간이 공허해지고 이대로 시간이 그대로 흘러갔을 때 닥칠 미래가 두려워지기 시작한다 . 직장을 정리하고 모아둔 돈을 털어 유학을 떠난다 . 그러나 아무도 없는 타국에서 갖은 고생 끝에 얻어낸 해외 유학 학위가 경력 상승의 지렛대로 충실히 기능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.

재직 중 유학이란 회사에서 보내 주는 것이 아닌 한 , 기존 경력의 단절을 가져올 수 있는 대단히 모험적 행위다 . 인터넷이 발전돼 있기는 하지만 적어도 몇 년은 시장의 생동감으로부터 떠나는 것이며 , 자신이 벌여 놓은 좌판을 걷어 내는 것이다 .

더 나은 상품을 갖고 돌아올 수는 있지만 떠날 때 시장이 아닐 수 있고 , 무엇보다 젊고 패기 있는 새로운 장사꾼들이 내 자리에서 새롭게 시장의 신뢰를 얻으며 성장하고 있을 수 있다 . 갖고 돌아 온 상품이 시장의 수요와 눈높이에 맞지 않으면 사람들은 왜 해외까지 나가서 쇼핑을 했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.

유학 후 복직을 시도할 때 사람들은 해외학위서를 맨 위에 올려 놓는다 . 자신이 갖고 있는 것 중 가장 좋은 것이기 때문이다 . 하지만 박스 맨 윗줄 사과가 알 좋고 빛깔 좋다고 그것만 보고 덜컥 박스째 사과 사는 사람 봤는가 ? 인재를 구매하는 인사 담당자들도 마찬가지다 . 그들은 이렇게 말한다 . “ 해외 학위는 당연히 있는 것이 없는 것 보다는 좋다 . 그러면 나머지 것들은 ?”

맨 아래 사과까지 확인하는 주부들처럼 그들도 박스를 뒤집어 맨 아랫줄 서류를 본다 . 대학 때 전공은 현 업무와 얼마나 연관관계가 있는지 , 유학을 떠나기 전 어느 회사의 어떤 자리에서 어떤 업무를 하면서 어떻게 훈련을 받고 어떤 성과를 올렸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. 기존 경력의 연장선 위에서 단점은 보완하고 장점은 더 극대화하는 쪽으로 이뤄졌다는 조건에서만 그 유용성을 인정받는 것 , 그것이 해외 유학이다 . (2004년 12월)

by StarSound™ | 2006/06/21 13:25 | 길을 묻는 이에게 | 트랙백 | 덧글(0)
외국계 기업을 간다는 것
모든 일은 다면적이다 . 어떤 순간 , 어떤 각도에서 보면 삼각형으로 보이던 사물이 , 다른 시간 다른 각도에서 보면 사각형으로 보인다 . 따라서 사물은 일면적으로 파악해서는 안되며 , 당연히 한 면만을 보고 모두들 이래야 한다고 고집하면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.

하지만 그와 더불어 한가지 더 분명한 사실은 사물이 갖고 있는 그 모든 면들이 균등한 비중과 의미를 갖고 있는 것은 또 아니라는 것이다 . 다소 기계적인 얘기지만 , 외피는 본질을 반영하는 것도 있고 정말 외피인 것도 있다.

외국계 기업에 들어가고 싶다는 사람을 자주 만난다 . ‘영어를 잘 한다'고 나름의 자신감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구체적인 지원 이유를 물어 보면 ‘합리적인 조직 분위기를 갖고 있다' ‘자기 계발 기회가 많다' ‘출퇴근 시간이 정확하다' ‘급여가 국내 기업보다 높다' ‘외국어 실력을 더 기를 수 있는 기회가 된다' ‘여성에 대한 차별이 국내 기업에 비해 덜하다' 는 등의 동기를 댄다 . 또 국내 기업이 하도 어려움을 겪다 보니 자본줄 튼튼한 외국계 기업에서 근무하면 망할 일 없으니 안정적이지 않겠느냐고 생각도 하는 모양이다 .

매우 다양한 주제에 대한 얘기처럼 들리지만 , 이를 한마디로 줄여 놓으면 ‘외국계 기업이 제공하는 조건이 국내 회사보다 좋아서 가고 싶다'가 된다 . 그러나 이런 표면적 조건에 목을 매고 혹해 하는 것은 경력관리의 중요성에 비춰 보면 그리 바람직한 태도는 아니다 . 이것은 마치 정년까지 근무가 보장되고 출퇴근이 민간 기업에 비해 정확하기 때문에 공직자가 되고 싶다는 것이 바람직한 공직 지원 태도가 아닌 것과 마찬가지다 . 공직이 그런 면을 갖고 있긴 하지만 그런 태도만으로는 바람직한 공직자가 되기 어렵고 , 당연히 경쟁력 있는 공직 커리어도 쌓을 수 없다 .

외국계 기업이 그런 장점을 갖고 있는 것은 분명히 맞다 . 그러나 한번 더 들여다 보면 급여가 높고 , 합리적인 분위기라는 것은 노동 집중성이 높고 , 인정에 얽매이지 않는 냉정한 성과측정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며 ,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는 것은 책임 소재가 분명한 엄격한 분위기라는 것의 다른 표현이다 .

안정적이라는 것도 그렇다 . 최근의 통계를 보면 외국계 기업의 직원 평균 연령은 급격히 낮아지고 있으며 , 지사장급으로 승진하려면 본사의 파견 직원과 겨뤄 당당히 승리하는 실력을 보여줘야 한다 . 외국계 기업들의 조건들은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주어지는 ‘복지제도'가 아니라 , 성공적인 역할 수행자에 대한 ‘보상 시스템'으로 존재한다 .

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장점만 기대하고 외국계 회사에 입사한 많은 사람들이 얼마되지 않아‘조직에 정이 없다' ‘냉정한 성과측정이 부담스럽다'는 등의 소감을 심약하게 밝히며 국내 기업으로 다시 발걸음을 돌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.

경력 빌딩의 관점에서 볼 때 외국계 기업에 가는 가장 큰 의미는 그러므로 단지 조건이 좋은 회사로 가는 것이 아니라 , 세계적 관점에서 시장을 보는 그들의 열린 시각과 오랜 시간을 통해 숙성되고 정련된 그들의 과학적 업무수행 시스템을 몸으로 익힐 수 있는 냉혹한 기회 속으로 자신을 던져 넣는 것이 되어야 한다 .

가더라도 자신에게 글로벌 시장에 대한 시각과 경험을 제공하고 궁극적인 경쟁력을 길러 줄 수 있는 회사로 가야 하며 , 규모가 작고 일의 범위가 좁은 회사는 급여 수준 괜찮고 일의 강도가 낮더라도 피해야 한다 . 물론 편한 회사를 선택할 수도 있다 . 그러나 이 경우에는 앞으로 이직을 시도할 경우 비슷한 수준의 외국계 회사에서 비슷한 직무로 밖에 이직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. 직무가 분화돼 있지 않고 하는 일도 특수하다면 , 다른 기업에서도 통용될 수 있는 보편적 업무 스킬을 익히기 어렵고 전문성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. 외국에서 어렵게 학위를 마치고 돌아와 조그만 외국계 회사에서 사무직으로 몇 년씩 일하다가 뒤늦게 경력 관리를 시도하는 경우 성공 가능성이 그리 크지 않은 것은 그 때문이다 .

국내 기업도 대상은 세계 시장이고 업무 시스템도 많이 발전해 있다 . 그러나 전 세계 시장을 놓고 브랜드를 관리하며 , 한국 시장을 아시아태평양시장에 속하는 로컬 시장의 하나로 생각하는 이들 기업과는 아무래도 문법이 다르고 , 합리적인 기업 문화를 꾸려온 시간도 아직은 짧다 . 제대로 된 외국계 기업에서의 집중적인 업무 경험은 선진 기업 시스템을 배우고 싶은 국내 기업에게 매력적 요소가 되며 , 혹시 국내 기업 적용기회가 여의치 않아 개인적인 차원에서 이를 실현한다고 하더라도 이는 중요한 자산이 된다 .

누구나 알다시피 국내 대기업의 생존경쟁은 치열하다 . 많은 노력을 해야 하고 , 많은 것을 희생하고 감내해야 한다 . 그러나 이를 피해 외국계 기업으로 가고 싶다고 한다면 대단한 착각이요 , 오해다 . 형태가 다를 뿐 , 없는 것이 아니다 . 세상엔 공짜는 없는 것이다 . (2004년 12월)
by StarSound™ | 2006/06/21 13:19 | 길을 묻는 이에게 | 트랙백 | 덧글(0)
좀 억울하군요? ^^
일산에 삽니다. 값 잘 안 오르는........아시죠? 게다가 저희 동네 사람들, 점잖습니다. 뭐..강남에서야 그러거나 말거나..내버려 두고 살았습니다.

그런데 말이죠..강남 집값이 30평 아파트가 10억대를 넘어 가면서부터는 얘기가 좀 달라졌습니다. 좀 위기 의식이 생겼던 거죠.

어느날 아파트 현관에 "억울하지도 않습니까?"라는 제하의 궐기문이 붙었습니다. 우리도 "하자" 이런 거였죠. 내놓고 얘기하긴 뭐했지만, 누가 그러고 나오니 속이 시원하더군요. 기대도 되구요...

그 궐기문으로 인해 우리 동네 사람들이 실제 얼마나 작전을 벌였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, 뭐 아직 효과를 보긴 전 인 듯 합니다.

그런데... 이젠 못하게 한단 말이죠? 이럴 줄 알았으면, 좀 미리 할 거 그랬습니다... 억울해라...ㅠ.ㅠ
by 지니맨 | 2006/06/05 17:18 | 알고 지내는 즐거움 | 트랙백 | 덧글(0)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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